문제집을 산다. 개념은 훑고 바로 문제를 푼다. 오답정리를 하고 다시 문제를 푼다. 사고는 필요없다 질문은 불필요하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순하고 정해져 있다. 오래 앉아 그저 열심히 반복하면 문제를 푸는 방법이 몸에 익는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다. 감으로만 반죽을 뚝 떼어도 오차범위 1g 내에 뜯어내는 것과 같다. 문제만 봐도 풀어야 하는 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반복과 반복을 통해 풀어내는 문제집은 5권에 달한다. 문제집이 어서 내가 틀릴 문제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학교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찾아내어 시험 문제로 낸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문제는 내가 틀릴 가능성이 있는 문제이다. 100점이 아니라면 한참 뒤로 밀릴 수 밖에 없기에 오늘도 내일도 완벽에 완벽을 기하고자 반복 그리고 반복한다.
친구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냉소적이 된다. 이런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들이 하는 얘기가 궁금하지 않다. 정답은 따로 있을테니 쓸데없이 시간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손을 들고 질문하는 친구의 모습이 역겹다. 점수를 받으려고 저러는건가? 이게 정말 궁금할리는 만무하다. 문제집을 풀면 나오는 내용, 자습서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인데 뭐가 더 궁금하다는걸까. 멍청한 친구들을 보면 절로 한심이 나올 뿐이다.
혼란스러워진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문제집이 별로 없다. 자습서도 없다. 학원도 없다. 교과서에는 글이 너무 많고 문제는 별로 없다. 학교 수업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반복학습이 필요하다. 교과서를 읽는 시간은 너무 괴롭다. 이러저러한 쓸데없는 미사여구 없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어떻게 내는지 속 시원하게 보여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교 수업 내용은 쓸데없이 복잡하고 시험 문제는 지저분하다. 수업 내용 따위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으니 집에 가서 영화나 한편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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