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곧 삶이다.
내가 먹을 음식의 재료를 직접 고르고 이를 어떻게 먹을지 온전히 내가 결정한다.
재료가 신선한지 아닌지를 보는 과정은 원시시대 과육을 따는 모습과 흡사하다.
구울지 쪄낼지 끓일지는 어떠한 맛을 내가 원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과정에 따라 재료의 맛이 어떻게 변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고, 어떤 과정을 진행할지 내가 결정한다.
각 식재료를 이해하는 과정은 놀랍고 즐겁다.
생닭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각 부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해체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은 하나의 시스템을 파악하듯 즐겁다.
각 부위를 만지고 뜯고 잘라내고 토막내며 닭을 이해하고, 이를 먹으며 다시 한번 이해한다.
칼을 날카롭게 벼려내는 과정 또한 요리에 포함된다.
양쪽 날을 갈돌에 비벼내어 날이 날카로워지면, 재료를 썰 때마다 온 몸에 날카로움이 전해져 온다.
재료마다 내는 소리도 다르다. 사악 사악 척척척 슥슥슥 칼질을 하며 식재료를 온몸으로 느낀다. 썰려나가는 재료들은 각자 저만의 향기를 풍긴다.
내가 식재료를 얼마나 이해하느냐, 칼 사용법을 얼마나 숙지하느냐에 따라 나와 재료의 관계는 달라진다.
양파의 뿌리부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양파는 순순히 조각나지만,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순간 나의 눈에 매운 눈물을 짜낸다.
감자가 익는 데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음식 전체가 망가지기도 한다.
식재료들은 대개 생으로 먹을 수 있기에, 그 자체가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요리라는 과정을 통해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변하게 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미 식재료가 음식으로서의 가능성을 한껏 내포하고 있으며, 요리는 이를 잘 조합해서 맛나고 힘나게 변형하는 과정이다.
식재료 중 일부는 그대로 먹어도 맛이 난다.
식재료에 불을 가하기만 해도 어지간히 먹을만 해 진다.
어울리는 맛끼리 조합을 하면 기초적인 음식이 된다.
불의 세기, 조리 시간, 재료의 배합을 고려해야 완전한 요리가 된다.
요리의 조합을 잘 구성해야 완전한 한 상이 된다.
몸과 마음을 완전히 채울수도, 반만 채울수도 있는 종합 예술인 셈이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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