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6일 금요일

대한민국에서 영재로 산다는 것

엄마는 불안하다. 아이의 재능이 꽃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 모든게 자신의 잘못은 아닐까. 내 아이가 악기 하나쯤은 할 줄 알고 운동 하나쯤은 제대로 할 줄 알고 적어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학교 성적은 당연히 잘 받는 것이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더 잘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옆집 아이는 밤 11시 까지 학원을 다닌다는데 우리 아이는 12시 까지 보내 놓는게 낫지 않을까. A 학원보다는 B 학원이 더 유명하다던데 옮기는게 낫지 않을까. 수요일에는 학원이 하나밖에 없어 저녁 시간이 비는데 과외를 시켜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친구보다 성적이 더 떨어졌는데 1주일 컴퓨터 게임 시간을 30분으로 줄여야 하지 않을까. 매주 나가는 엄마들 모임에 나갈때마다 엄마는 입시정보와 학원정보, 그리고 주변 아이들의 활약상에 마음이 초조하다.

아빠는 아이가 안쓰럽다. 억척스럽게 공부시키는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 우리 아이가 똑똑하지만 같이 놀러도 가고 싶고 공도 차러 가고 싶다. 이런 것들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아내가 서운하다. 이런 아내 모습이 이상해 종종 싸우긴 하지만 그래도 아내의 뜻은 존중한다. 100점 짜리 시험지를 받아오는 아이를 보면 기특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오늘도 묵묵히 돈을 벌러 나간다. 우리 똑똑한 아이가 공부를 하는데 돈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오늘도 쉴 수 없다.

아이는 삶이 무기력하다. 학교 다녀오면 학원을 간다. 학원을 다녀오면 잘 시간이다. 하루가 무의미하고 허망하다. 내일 일어나면 또 학교 학원을 가야 하기에 잠들 수 없다.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이면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 없다. 학교에 가서 빨리 자고싶다. 배움에 대한 호기심은 없어진지 오래다. 학교 수업은 유치하고 학원 수업은 지친다. 오늘도 학원에서는 쪽지시험과 몽둥이 찜질이 기다리고 있다. 매일매일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아이는 빨리 대학교에 가서 신나게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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