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한살 먼저 대학에 입학한 케이스였다. 그 나이대에 한살 어리다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정서적으로도 많이 어렸고 학문적으로도 많이 부족했다. 친구들은 수능이라는 시스템에 닳고 닳아 전과목을 포괄적으로 소화해 낸 친구들이었다. 나는 수학과 과학만 집중했고, 그것도 아주 부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명문대에 입학하면 그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내걸며 신나게 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해방이다 생각했다.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재밌다고 하는 친구들이 역겨웠다(이건 초등학교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매일 예능을 보고 컴퓨터 게임을 했다. 수업은 당연히 듣지 않았고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다. 그러나 진도는 빨랐고 숙제는 버거웠다. 시험은 어려웠기에 공부할 것은 많았다. 고등학교때처럼 2~3주에 빠짝 공부해서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늘 뒤쳐졌고 뒤늦게 시작하곤 했다. 공부를 즐거워하는 친구들 사이에 있는것도 굉장히 괴로웠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스스로를 계속 압박했다. 집중은 되지 않았지만 책은 펴놓았고, 밤늦게까지 앉아있다가 새벽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방돌이가 굉장히 괴로워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성적이 오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성적이 오를리는 만무했고, 자존감은 계속 떨어져갔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처럼 힘들게 수강신청을 하면 좀 더 열심히 할까 하여 빡세게 신청했다가 되려 독감에 걸리기도 했다. 물론 성적은 개차반이었고 갈수록 우울해졌다.
왠지 대학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군대 문제가 컸다) 학부 마지막 즈음에 성적을 최대한 올렸다 (대학원에 입학하기엔 어려운 성적이었다). 성적이 거의 입학 불가에 가까웠지만 교수님이 받아주셨다. 다만 면접을 보아야 했는데, 학부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에 면접에서 두번이나 떨어졌다. 마지막 기회에 겨우 붙었는데 그 때는 면접 공부를 처절하게 했었다. 마지막 면접도 잘 보지 못했지만 지도교수님이 힘을 쓴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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