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일 토요일

생김새

같은 눈 코 입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배치되었느냐 어떤 각도이느냐에 따라 인상이 다르다. 생김새라는 것은 결국 각 요소의 생김새와 배치로 결정이 되는 것. 그뿐이다.

인공지능

인간은 막연하게 이해할 줄 아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한다.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면 컴퓨터가 생각을 하고 인간을 파멸시키고자 하는데 이는 인공지능을 막연하게 이해한 인간들의 공포심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물레방아와 같다. 물은 흐르게 되어 있고 그 흐름에 물레를 달아 방아를 찧게 하는 매우 간단한 매커니즘이다. 컴퓨터도 0과 1의 state 를 나타낼 수 있는 반도체의 성질을 이용한 and, or, not 의 기본적인 logic gate 로부터 출발한다. 인공지능은 여러 물레가 엮인 물레 시스템일진대 막연한 이해로 인해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탈진

한 주간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에 열심히 놀고 나면 그 다음주에 일을 하기가 힘들다. 몸의 에너지가 방전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먹고 마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몸에는 태엽이 있어 일을 할수록 태엽이 풀어진다. 이를 위해 다시 감아주는 과정이 필요한데, 잠보다 좋은 것은 없지 싶다. 한살이라도 더 어렸을 때는 태엽이 무지막지하게 커서 괜찮았는데, 갈수록 작은 태엽으로 살자니 힘들다.

먹는다는 것

줄을 서서 식권을 낸다. 음식을 그릇에 담아 낸다. 그 음식을 먹고 그릇을 반납한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는 식재료를 고르고 원하는 대로 조리하고 먹고 치우는 과정이 없다. 음식은 큰 솥에 한번에 조리되며, 주문이 들어오면 그릇에 담아 내기만 한다. 사료 그릇에서 퍼다 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먹는 것은 이토록 간단하다. 살아간다는 것도 이토록 보잘것 없다.

백아절현

거문고리스트 백아는 친구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현을 끊었다.
그는 내가 이름을 불러주자 꽃이 되었다.

인생은 내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불러줘야 꽃이 된다. 나는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의존적일까. 내 멋대로 살고 싶다가도 타인의 생각을 얼마나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다.

짓이김

나들이를 갔다. 유채꽃밭이 잘 조성된 공원이 있었다. 사진이 너무나 이쁘게 나올만한 곳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꽃밭 중간중간에 사람이 2~3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 구멍에는 비릿한 풀 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열기를 타고 냄새는 역할 정도로 강하게 났다. 그 구멍 속으로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방이 유채꽃밭인 사진을 찍기 위해서 유채꽃들을 질근질근 밟으며 들어가고 있었다. 누군가 밟아놓은 곳은 꽃이 비기 때문에 밟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서 찍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셀프 웨딩사진인지 뭔지를 찍는답시고 꽃밭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구둣발로 밟으며 들어가고 있었다. 사진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