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참 잘 그렸다.
영희의 그림은 늘 칭찬받았고, 영희의 그림은 동네에서 최고였다.
영희는 잘 그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는 않았다.
영희는 그저 즐겁게 그림을 그렸을 뿐이었다.
그림을 예쁘게 잘 그려보고 싶은 순이와 희순이도 영희처럼 그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영희의 재능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영희도 본인의 그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영희의 그림을 보고싶어했다.
결국 영희는 그림을 더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영희가 좋아하는 수많은 일 중, 그림 그리는 일을 조금 더 잘하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동네의 하양화실에서 영희에게 영입 제의를 했다.
하양화실 원장은 영희의 재능과 능력을 동네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희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
하양화실은 본인에게는 조금은 시시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더 유명하고 넓은 화실에서 제대로 그림을 배우고 마음껏 그리고 싶었다.
영희는 아주 유명한 화실 중 하나인 까망화실로 들어갔다.
까망화실은 유명한 화실이었고, 까망화실 출신의 화가들은 사회에서도 매우 인정받았다.
영희는 까망화실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까망화실은 녹록치 않았다.
영희보다 훨씬 재능있는 친구들도 많았고, 어마어마하게 노력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친구들의 그림 속에서, 영희의 그림은 이전만큼 빛나지 못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그림이었다.
화실 선생님은 냉정한 평가를 했고, 매서운 눈빛으로 영희를 쏘아붙였다.
영희에게는 주눅들기에 이만한 환경도 없었다.
그러나 영희는 개의치 않았다.
영희는 그림 그리는 것이 전부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영희에게는 조금 못 그렸던 그림도 사랑했고, 아무도 눈길주지 않는 그림도 소중했다.
영희도 그림을 잘 그려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영희는 본인의 그림에 자부심과 애착을 가졌다.
영희는 이전처럼 조금씩 조금씩 즐겁게 그림을 그려나갈 뿐이었다.
영희의 그림 실력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씩 나아가는 그 자체가 영희는 즐거웠다.
시간이 흘러, 영희는 까망화실에서 나왔다.
그림을 포기한것도, 쫓겨난 것도 아니었다.
유명한 화가가 되어 거액의 돈을 받고 다른 화실로 옮기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저 그림을 그릴만큼 그렸기 때문에 까망화실에서 나온 것이다.
몇몇 뛰어난 영희의 친구들은 외국으로 진출하기도 했고 거액에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써 스카우트 해 가기도 했다.
영희는 잘 된 친구들을 보며 질투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영희는 그림을 즐겁게 그리는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영희는 까망화실에서 주목받는 화가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까망화실 출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희는 그런 사실을 개의치 않았다.
영희의 그림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많은 화실에서 영희의 그림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영희는 이전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린다.